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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이야기

부부가 되어가는 중 #1

by 창작하는선한연 2025. 1. 21.

 

우리 부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나는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것을 좋아한다.

남편은 무계획이고 즉흥적이다.

나는 남편보다는 이성적이다.

계획적인 내가 모든 걸 준비하게 된다.

여행이든, 삶이든 나는 계획하고 준비한다. 어쩌면 내가 하기에 남편이 더 신경을 안 쓴다는 생각도 든다. 남편은 어떻게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그냥 살자한다.

나는 이런 경우, 저런 경우 등등을 고려해 보고 안을 잡아본다.

남편은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순간에 즐긴다.

 

나는 술을 먹을 때도 내일 일이 있으면 조절한다. 남편은 술을 먹기 시작하면 내일의 일은 고려하지 않고 술을 마신다.

이날도 남편은 술을 먹고 뒷일을 고려하지 않은 날이었다.

 

남편은 술 마시는 자체를 좋아한다. 나는 술 마시는 순간을 좋아한다.

술을 마시며 어울리는 사람들과 시간, 관계를 좋아한다.

반면, 남편은 정말로 술 마시는 자체를 좋아한다.

주변의 상황이나 사람은 상관없이 술을 마시는 그 자체를 즐기고 좋아한다.

목공소에서 술을 마신 이날이 있기 전의 일이다.

어느 날 나는 술을 좋아하는, 아니 술을 마시면 뒷일을 생각하지 않는 남편의 행동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역시 다음날 지방에 내려가야 하는 일정이 있었다. 신랑은 또 술에 만취해서 새벽에 들어왔다. 운전을 다음 날 장시간 해야 하는데.

난 정말 그때도 화가 났다. 결국, 그날 나는 지방일정을 취소했다. 술이 깨지 않은 상태로 운전하는 차는 타고 싶지 않았다.

화가 너무 나서 말도 하기 싫었다.

술을 마시는 일로 싸우는 생활을 10년을 했다는 자각이 내게 들었다.

술을 적당히 마셔라.’라는 말을 10년 동안 내가 남편에게 한 것이다.

이 자각이 든 다음 날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우리 같이 사는 생활을 인제 그만하자.’

아이의 부모로서 꼭 같이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너는 너대로 네가 좋아하는 생활을 하고, 나는 나대로 신경을 쓰거나 화를 내지 않는 생활을 하자.’

내가 술로 네게 말한 지가 10년이 되었다. 근데 너는 여전히 그대로 술만 먹으면 다음 일은 안중에도 없다. 너 혼자 사고 나는 건 신경 쓰지 않겠다. 하지만, 애와 내 인생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젠 나는 그만하고 싶다. 이런 말을 하는 것도, 화를 내는 것도 정말 그만하고 싶다라고.

남편은 미안해.’라고 답변했다. 나는 이 미안해, 고칠게라는 말도 그만 듣고 싶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스스로 변하겠다고 생각하고 고치려고 노력해야 겨우 변할 수 있다. 자신이 노력해야만 자신만이 변화시킬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잔소리한다고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내가 남편을 변화시킬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남편 자신이 정말로 바꿔야겠다고 노력해야 변한다.

남편은 항상 자신이 변하겠다라고 한다.

 

이 일로 며칠 동안 우리 부부는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남편은 제발 헤어지자는 말은 말아줘라고 말했다.

자신이 잘못한 거 알고 고치려고 노력하겠다고 하면서 강하게 강조한 말은 우리가 싸우더라도 헤어지자는 그 말은 이 이후로 다시는 하지 말라.’ 했다.

남편은 나와 함께 나이가 들며 살아가기를 원한다.

남편은 술을 끊어보겠다라고 했다.

근데, 술에 대해선 정말 남편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남편이 목공수업이 있던 이 날도 만취한 사람을 집으로 데리고 와서 자게 두었다.

다음날 술을 덜 깬 남편은 전날의 기억도 없었다.

화가 났던 나는 더는 술로 실랑이 벌이기를 그만두기로 했다.

이 부분은 결국 내가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계속 신경 쓰고 화를 내는 자체를 포기했다.

내가 화를 내 봤자 나만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선한 연입니다. 

 

위 글은 제가 브런치스토리에 연재 중인 글 중 일부입니다. 

05화 부부가 되어가는 중. #1

 

05화 부부가 되어가는 중. #1

술 때문에 10년 이상 싸운다. | 새벽 1시다. 남편이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어? 이 시간까지 안 들어왔네?’ 걱정되는 마음으로 통화를 시도했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너무 늦은 시간이어서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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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남편은 계속 부부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오늘도 제 티스토리에 방문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